무엇이 바뀌었나
7월 생산자물가가 나왔습니다. 도매 단계에서 매겨지는 물가로, 몇 달 뒤 소비자 물가로 흘러드는 앞단 지표입니다. 전년 대비 4.7%. 예상치 4.9%를 밑돌았고 직전 5.5%에서 뚜렷하게 내려왔습니다. 전월 대비는 0.0%로 예상 0.2%보다 낮았습니다. 헤드라인만 보면 물가 압력이 식은 그림입니다.
선물시장이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45.0%로 내려왔습니다. 어제 이 자리에서 적었던 값보다 낮습니다. 10월은 60.0%입니다.
그런데 같은 보고서 안에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줄이 하나 있습니다. 식품·에너지·유통서비스를 제외한 좁은 지표는 전월 대비 +0.4% 올랐습니다. 6월 대비 네 배 속도이고, 상승을 이끈 항목은 자산운용 수수료 +6.5%입니다. 이 항목은 연준이 실제로 보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로 곧장 반영됩니다. 헤드라인이 내려간 이유는 에너지가 3.1% 빠지면서 상품 가격이 0.7% 하락했기 때문이고, 서비스 쪽은 오히려 가속했습니다.
채권은 이 소식을 금리 하락으로 받았습니다. 가장 많이 내린 곳은 5년물입니다. 7.0bp 내려 4.31%가 됐습니다. 10년물은 4.0bp 내린 4.64%, 30년물도 4.0bp 내린 5.21%입니다. 커브 중간 구간이 3bp 앞섰고 장기 구간은 거의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주식은 오른 순서가 말을 합니다. 나스닥 선물 +1.21%, S&P 선물 +0.70%, 소형주 선물 +0.23%, 다우 선물 +0.17%. 금리에 민감한 순서 그대로입니다. 같은 날 원자재는 한 덩어리로 밀렸습니다. 금 −1.31%, 은 −1.34%, 유가 −1.55%, 천연가스 −2.00%.
시나리오 표도 조금 움직였습니다. 골디락스가 28%에서 27%로 내려갔고, 리플레이션이 15%에서 16%로 올라갔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29%로 그대로이고, 여전히 기본 시나리오입니다.
그대로인 것
- 근원 PCE 3개월 연율 2.89% — 6월치, 7월 30일 발표. 다음 갱신은 8월 26일입니다.
- AAII 개인 서베이 스프레드 −1.0 — 이번 주로 6주 연속 같은 수치가 됐습니다.
- 역레포 잔액 $0.45B — 2022년 정점 $2,553.7B 대비 99.98% 소진된 상태 그대로입니다.
세 항목 모두 오늘 가격을 움직인 원인이 아니라 배경 조건입니다. 두 번째 줄은 어제보다 한 주가 더 늘었습니다. 함께 움직이는 지표들은 그사이 다 바뀌었는데 이 서베이만 멈춰 있어, 이번 사이클에서는 교차 확인용으로 쓰지 않습니다.
오늘의 해석
오늘 오른 것은 성장 기대가 아니라 금리 기대입니다. 근거는 두 가지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위에서 본 상승 순서이고, 다른 하나는 원자재가 같은 날 일제히 밀렸다는 사실입니다. 산업 수요가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는 시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즉 매수 주체는 경기를 산 게 아니라 할인율이 내려갈 것을 샀습니다.
문제는 그 할인율 기대의 근거가 오늘 나온 도매 물가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서 소비자 근원 물가로 흘러드는 항목은 내려간 게 아니라 네 배 속도로 뛰었습니다.
| 표면 (눈에 보이는 분위기) | 속 (큰손들의 행동) |
|---|---|
| 도매 물가 전월 대비 0.0% — 물가 압력이 사라진 것처럼 보임 | 좁은 지표는 +0.4%, 자산운용 수수료 +6.5%가 견인 |
| 지수는 올랐다 — 나스닥 선물 +1.21%, S&P 선물 +0.70% | 시가총액 상위 3개 기업 내부자는 매수 0건, 매도 21건 |
| 선물시장은 9월 인상 확률 45.0%를 반영 | 3개월 국채는 3.70%로 실효 정책금리 3.63%보다 7bp 높을 뿐 |
쉽게 말하면, 오늘 시장이 산 이야기는 헤드라인 한 줄에 기대 있고 그 아래 세 층은 아직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줄을 조금 더 풀어야 합니다. 선물시장이 9월 인상 확률을 45%로 본다면, 3개월짜리 국채 금리는 지금 정책금리보다 훨씬 높아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7bp 차이뿐입니다. 단기 자금시장은 인상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둘 중 하나는 틀렸고, 원천 분석도 어느 쪽인지는 결론 내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은 오늘 오른 종목의 범위입니다. S&P가 0.70% 오른 날 11개 섹터 중 상승 마감한 것은 6개뿐이었습니다. 소재 0.48%, 산업재 0.58%, 헬스케어 1.06%가 하락했습니다. 다만 동일 비중 기술주가 +1.60%로 2위 섹터를 48bp 앞섰는데, 이건 두어 종목이 끌고 간 게 아니라 기술주 전반이 참여했다는 뜻이라 긍정적인 대목입니다.
이 구도를 떠받치는 기둥은 하나입니다. 고수익채 가산금리 271bp. 국채 대신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를 들고 있는 대가인데, 스트레스 기준선 350bp보다 79bp 낮습니다. 고용이 −23.0K, 성장률이 1.5%로 나온 경제에서 이 값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오늘 글의 나머지는 대부분 다시 써야 합니다.
옵션 플로우 관찰
- 기관 자금 방향은 읽을 수 없습니다. 옵션 순프리미엄이 중립 구간에 들어 있어 이번 사이클에서는 방향 신호로 쓰지 않습니다. 다만 상위 거래 합계가 $311.80M으로 기관급 참여 자체는 확인됩니다.
- 하락 보험 수요는 개별 종목에서 지수 쪽으로 옮겨가 있습니다. 지수까지 포함한 전체 풋/콜 비율은 0.84인데 개별 종목만 보면 0.61입니다.
- 딜러 포지션은 가격 움직임을 누르는 쪽이 우위입니다. 최근 10거래일 중 움직임을 키우는 성격의 세션이 S&P ETF에서 1회, 나스닥 ETF에서 3회였습니다.
지난 예고 채점
지난 편이 지목한 8월 13일 생산자물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난 편에서 “전월 대비 +0.3% 이상이면 비용 전이가 확인되고 9월 인상 확률이 70% 위로 올라간다”고 적었는데, 실제는 0.0%였습니다. 그 문턱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인상 확률은 오히려 45.0%로 내려왔습니다. 방향으로는 “0.0% 이하면 물가 둔화 쪽에 힘이 실린다”고 적은 조건이 맞았습니다.
다만 채점을 여기서 끝내면 절반만 맞은 셈이 됩니다. 지난 편이 세운 문턱은 헤드라인 전월비였는데, 정작 근원 PCE로 흘러드는 좁은 지표는 반대로 갔습니다. 문턱을 헤드라인에 걸어 둔 것 자체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뜻이라, 이 항목은 조건은 맞았고 지표 선택은 어긋난 것으로 기록합니다.
지난 편의 감시 항목이었던 주식과 장기 국채의 상관계수는 여전히 결과가 아닙니다. 20일 기준 +0.445, 60일 기준 +0.376입니다. 다만 60일 값이 +0.410에서 3.4%포인트 내려왔습니다. 완충이 회복되는 기준선인 마이너스 전환까지는 멀지만, 방향이 처음으로 그쪽을 향했습니다. 관찰은 유지합니다.
주요 일정
| 날짜 | 이벤트 | 왜 중요한가 |
|---|---|---|
| 8월 18일 (화) | 7월 건축 허가 | 직전이 예상 1.4M에 못 미친 1.367M입니다. 두 달 연속 줄면 침체 쪽 무게가 올라가고, 1.40M 위로 되돌리면 민간 수요가 다시 붙는다는 근거가 됩니다 |
| 8월 26일 (수) | 7월 근원 PCE 전월비 | 0.30% 이상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29%에서 41%로, 0.10% 이하면 골디락스가 27%에서 39%로 갑니다. 오늘 본 자산운용 수수료 항목이 실제로 넘어왔는지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
| 8월 26일 (수) | 2분기 GDP 2차 추정치 | 2.0% 이상이 확인돼야 골디락스 조건의 나머지 절반이 채워집니다. 속보치 1.5%가 무역 왜곡 탓인지 실제 둔화인지를 가릅니다 |
| 9월 4일 (금) | 8월 고용 | 두 달 연속 마이너스가 나오면 고용 이야기의 성격이 노동시장 이탈에서 수요 파괴로 바뀝니다 |
| 9월 16일 (수) | 연준 회의 | 동결 50.3% / 인상 45.0% / 인하 4.7%로 반영돼 있습니다. 인상이 나오면 연준이 물가의 개선 흐름이 아니라 절대 수준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됩니다 |
- 무엇을 보면 되나: 3개월 국채 금리와 실효 정책금리의 7bp 격차
내 경우엔
먼저 정합 점검입니다. 원천 분석은 후보마다 여섯 축을 채점하고, 여섯 칸 중 다섯 칸 이상이 맞아야 새 자금을 실을 자리로 봅니다.
| 후보 | 매크로 | 밸류에이션 | 신용 | 이익 흐름 | 자금 흐름 | 기술적 | 종합 |
|---|---|---|---|---|---|---|---|
| 미국 대표 지수 | ✗ | △ | ○ | ○ | ✗ | ✗ | 2/6 (낮음) |
읽는 법: ○는 방향이 맞아떨어지는 축, △는 애매한 축, ✗는 어긋나는 축입니다. 금은 같은 방식으로 6칸 중 3칸입니다. 매크로와 자산 간 관계가 ○, 기술적 지표가 조건부 ○이고, 자금 흐름과 실질금리는 ✗, 밸류에이션은 해당 없음입니다.
오늘 다섯 칸을 넘긴 후보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원천 분석은 개별 시그널 쪽에 새 자금을 한 건도 싣지 않았습니다. 약세를 봐서가 아니라, 위험 등급이 안정(GREEN)인데도 살 만한 자리가 없어서입니다. 이건 그 자체로 오늘의 결론입니다.
보유 유형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 미국 ETF 자동적립러 — 적립을 멈출 국면은 아닙니다. 어제와 달라진 값은 주식을 드는 대가입니다. 10년물 대신 S&P 500을 들어서 얻는 명목 대가가 +0.36%포인트인데, 30년물 5.21%와 비교하면 대가는 아예 0입니다. 다만 반대편 근거도 하나 생겼습니다. S&P 500 이익 추정치가 한 달 새 +5.3% 올라왔습니다. 주가가 제자리여도 배수는 기계적으로 낮아진다는 뜻이라, 비싸다는 판단만으로 밀어붙일 자리는 아닙니다.
- 기술주·반도체 보유자 — 오늘은 나스닥이 앞섰지만 주 단위 구조는 반대입니다. 나스닥 ETF의 주간 추세 지표가 −1.8974인 반면 S&P ETF는 +1.6994입니다. 반도체 쪽은 더 뚜렷합니다. 상대강도 지표가 53.13으로 섹터 내 가장 약하고, 20일 이동평균 535.98이 50일 537.58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52주 고점 대비로도 16.0% 낮은데, 기술주 전체는 4.2% 낮을 뿐입니다. 확인할 것은 20일선 회복 여부입니다.
- 국장 중심 보유자 — 달러/원은 1,418.76입니다. 52주 고점 1,564.66보다 146원 강한 자리인데, 금리차만 보면 설명이 안 됩니다. 연준과 한은의 정책금리 차이는 +88bp로 달러 쪽이 우위이기 때문입니다. 원화를 떠받쳐 온 것은 금리가 아니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주식 자금이었습니다. 그래서 위 반도체 항목이 여기로 이어집니다. 반도체 주도력이 계속 약해지면 그 엔진도 힘을 잃습니다. 이동평균은 20일 1,431.2, 50일 1,460.54, 200일 1,474.95로 완전한 하락 배열입니다. 여기에 상대강도 지표가 35.76이라, 20일선 쪽으로 되돌릴 여지를 지표가 경고하고 있습니다.
- 매크로·자산배분 — 금과 은이 금리가 내린 날 같이 빠졌다는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쿠폰이 없는 자산에 금리 하락은 우호적인 재료인데도 반대로 갔다는 것은, 지금 금을 움직이는 변수가 할인율이 아니라 위험선호라는 뜻입니다. 은은 200일 이동평균 회복에 아직 실패했고, 금과 은의 비율은 67.5로 순수한 공포 수요보다 경기 회복 쪽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물가 헤지를 고민한다면 지금 구간은 모멘텀이 아니라 보험으로 보는 쪽이 신중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8월 26일을 앞둔 시나리오 표가 어떻게 재계산되는지를 먼저 짚겠습니다.
용어
- 생산자물가 — 도매 단계에서 매겨지는 물가. 소비자 물가보다 몇 달 앞서 움직입니다.
- 근원 PCE — 연준이 목표로 삼는 물가 지표. 식품과 에너지를 뺀 개인소비지출 물가입니다.
- 3개월 연율 — 최근 석 달의 물가 흐름을 1년 페이스로 환산한 값. 최근 흐름을 빨리 보여줍니다.
- 고수익채 가산금리 —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를 국채 대신 들고 있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금리. 벌어지면 신용 스트레스 신호입니다.
- 풋/콜 비율 — 콜 한 건당 풋이 몇 건 거래됐는지. 높을수록 하방 보호를 더 많이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 역레포 — 머니마켓펀드가 남는 돈을 연준에 하룻밤 맡기는 창구. 잔액이 줄면 시스템의 여유 자금 완충이 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