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바뀌었나
지난 편은 새 장이 없어 가격이 금요일 그대로 얼어 있던 날이었습니다. 이번 편은 반대입니다. 월요일이 실제로 거래됐고, 거의 모든 자산이 한 방향으로 올랐습니다.
먼저 표면 숫자입니다. S&P500 선물은 1.49%, 나스닥 100 선물은 1.85%, 러셀 2000 선물은 1.85%, 다우 선물은 1.44% 올랐고, 공포지수(VIX)는 15.86으로 0.81% 내렸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한 위험선호 반등처럼 보입니다.
이상한 건 그다음입니다. 같은 날 금이 1.53%, 구리가 1.67% 올랐고, 미 국채 커브도 2년 구간부터 3.5~6bp 내리며(가격은 상승) 함께 랠리했습니다. 10년물은 4.69%, 30년물은 5.23%입니다. 원래 주식·구리가 오르는 날과 국채가 오르는 날은 서로 반대 이야기를 합니다. 국채 랠리는 보통 성장 둔화 걱정을, 구리 랠리는 그 반대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둘이 같이 올랐습니다. 홀로 반대로 간 건 유가 하나뿐으로, 5.44% 빠졌습니다.
이 조합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리포트는 이날을 실적 랠리도 금리 인하 랠리도 아닌, 중동 공급 리스크가 완화됐다는 안도감 위에 얹힌 ‘기간 프리미엄’ 거래로 읽습니다. 즉 성장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투자자들이 오래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요구하던 웃돈(할인율)이 낮아지면서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함께 밀려 올라간 겁니다.
배경에서도 세 가지가 움직였습니다. 첫째, 이번 사이클에서 유일하게 바뀐 경제 지표가 나왔습니다. 7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53.3에서 55.6으로 뛰어(컨센서스 54.0 상회)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찍었습니다. 둘째, 국면 확률표가 미세하게 재배열됐습니다. 물가가 다시 붙는 리플레이션이 14%에서 13%로, 연착륙에 해당하는 골디락스가 32%에서 31%로 각각 1%포인트 내렸고, 대신 침체가 17%에서 18%로, 이례적 급변 리스크가 9%에서 10%로 각각 1%포인트 올랐습니다. 셋째, 개인 심리가 조금 더 풀렸습니다. 공포·탐욕 지수가 42.5에서 45.8로 올라왔습니다(일주일 전은 37.6).
가장 눈에 띄는 건, 이 모든 반등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시장이 9월 16일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63.2%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하가 아니라 인상입니다.
그대로인 것
표면이 시끄러웠던 오늘도 꿈쩍하지 않은 배경 조건이 셋 있습니다. 아래는 오늘 가격을 움직인 원인이 아니라, 그 움직임이 놓인 자리입니다.
- 침체 신호 부재: 공식 침체 전환점 스캔은 세 관문 중 0개입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4주 평균이 약 202,750건, 구인건수가 7,594K로 여전히 고점 부근입니다. 다음 고용보고서는 8월 7일입니다.
- 신용시장의 침묵: 고수익 채권 가산금리(HY 스프레드)는 284bp로 낮은 구간에 머뭅니다. 다만 세 번 연속 같은 값이라 데이터가 오래됐을 위험을 감안해야 합니다.
- 낡은 물가·고용 데이터: 이번 판단의 근거가 되는 물가·고용 지표는 모두 6월 기준으로 63일이 지났습니다. 판정은 8월 12일 근원 소비자물가(CPI)가 내립니다.
셋 다 지난 편 이 자리에 있던 배경입니다. 다시 부르는 이유는, 오늘 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인 와중에도 이 세 축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해석
새 장이 크게 반등한 날의 질문은 이겁니다. 다 같이 올랐는데, 이걸 ‘좋아졌다’로 읽어도 될까요.
답은 ‘무엇이 올렸느냐’에 있습니다. 실적이 올린 게 아닙니다. 주도주가 반도체에서 금융·산업재·소형주로 옮겨갔는데, 이건 이익이 좋아졌을 때가 아니라 할인율이 내렸을 때 나오는 전형적인 그림입니다. 대형 기술주 다섯 개 중 셋이 실적을 밑돌았고, 반도체는 오늘도 거의 못 따라왔습니다. 결국 주식이 가격에 반영한 것은 ‘좋아짐’이 아니라 ‘안도감’이었고, 안도감은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자료 기준 호르무즈 휴전은 이미 깨졌습니다.
여기서 표면과 속이 갈립니다.
| 표면 (눈에 보이는 분위기) | 속 (큰손들의 행동) |
|---|---|
| 지수는 다 같이 반등 — S&P500 선물 +1.49%, 공포지수(VIX) 15.86으로 ‘낮음’ 구간 | 대장주는 안 따라왔다 — 반도체 ETF(SOXX)는 +0.55%인데 성장주 대용 ARKK만 +3.23%, 주도 섹터 거래량은 평균 밑(SOXX 83%·금융 93%) |
| 개인 심리는 덜 비관적 — 공포·탐욕 45.8(직전 42.5) | 딜러는 하락을 키우는 쪽 — S&P500에서 10거래일 중 9일 감마가 마이너스 |
| 겉은 잠잠 — 지수 하락 보험료(내재변동성 순위) 12.5/100로 최하위 | 깊은 꼬리 보험은 팔렸다 — CBOE Skew 139.96으로 20일 평균 145.41 아래 |
쉽게 말하면, 화면 위 표정은 ‘다 같이 올라 안심’인데, 속을 보면 대장주는 못 따라오고 큰손들은 깊은 하락에 대비한 보험을 오히려 걷어냈으며, 딜러는 하락을 증폭시키는 쪽에 열흘 중 아흐레를 쏠려 있습니다. 표면은 안심, 속은 취약입니다.
그럼 왜 이게 문제냐면, 주식이 국채 대비 가진 완충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S&P500이 안전한 국채 대신 주식 위험을 떠안는 대가(명목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는 10년 금리 4.69% 대비 +0.41%포인트뿐입니다. 25bp 인상이 실제로 나오고 장기 금리에 웃돈이 조금만 더 붙으면 이 완충은 통째로 사라집니다. 오늘의 반등이 아무리 넓어도, 그 반등이 ‘얇은 완충 위의 안도’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배경의 확률표가 리플레이션 쪽에서 살짝 물러난 것도 같은 렌즈로 읽힙니다. 물가 지표가 여섯 번 연속 예상보다 낮게 나왔는데도 장기 금리가 쉽게 내리지 않는 구도라, 시장은 이걸 ‘물가가 식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 돈을 빌리는 값을 더 달라는 이야기’로 값을 매기고 있습니다. 금이 명목 금리·유가와 함께 내려야 정상인 날에 오히려 오른 것도 이 잔차, 즉 통화가치 훼손에 대한 매수로 읽힙니다. 다만 이건 아직 진짜 인플레이션으로 확인된 게 아닙니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2.23%로, 확인선인 2.55% 아래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더. ISM 제조업 55.6은 오늘 가장 강한 경기침체 반박 지표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한 인플레이션 지표이기도 합니다. 지불가격이 높은 구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숫자 하나가 골디락스와 스태그플레이션 양쪽에 다 표를 던집니다 — 어느 쪽이 이길지는 8월 12일 물가가 가릅니다.
옵션 플로우 관찰
(단일 벤더 데이터라 방향은 읽지 않고 지금 상태만 적습니다.)
- 기관 옵션 자금 자체는 ‘중립’으로 표시돼, 이번엔 방향 근거로 쓰지 않습니다.
- 지수 쪽은 하락 보험 우위(전체 풋/콜 0.91, 지수 풋/콜은 1.11)인데, 대형 개별 종목은 콜 매수가 무겁습니다(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기관은 헤지를 붙인 롱이지 물량을 털고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 딜러(마켓메이커) 포지션은 S&P500에서 가격 움직임을 키우는 쪽으로 10거래일 중 9일 쏠려 있습니다 — 하락이 나오면 그 속도를 급하게 만드는 성격입니다.
지난 예고 채점
지난 통합 Column(8월 3일자)이 ‘무엇을 보면 되나’로 지목한 것은 QQQ(나스닥 100 상장지수펀드)의 100일 이동평균선을 지키는지, 그 아래에서 이틀 연속 마감하면 하락 방향 결론이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새로 열린 월요일 장에서 QQQ는 700.08달러로 1.85% 올라 그 하락 기준선 위에서 오히려 벌어졌습니다. 지목했던 하락 확인 트리거는 켜지지 않았고, 세션은 반대 방향인 반등으로 마감했습니다. S&P500도 757.67달러(선물 7,631.25)로 함께 올라, 지난 편이 걱정하던 하락 이탈 구간과는 멀어졌습니다. 다만 눌린 변동성의 해소가 통계적으로 아래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라, ‘하루의 반등이 방향을 뒤집었다’가 아니라 ‘기준선이 지켜진 채 반대로 한 걸음 갔다’로만 기록합니다.
같은 편이 함께 짚은 8월 7일 고용보고서와 8월 12일 근원 CPI는 아직 발표 전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그때 채점합니다.
주요 일정
오늘 반등은 넓었지만, 골디락스와 스태그플레이션의 교착을 실제로 가르는 건 아래 날짜들입니다.
| 날짜 | 이벤트 | 왜 중요한가 |
|---|---|---|
| 8월 7일 (금) | 7월 비농업 고용(NFP) | 5만 명을 밑돌면서 실업률이 4.4% 이상이면 침체 확률이 18%에서 26%로 뛰고, 9월 인상 확률(63.2%)이 30% 안팎으로 무너진다 |
| 8월 12일 (수) | 7월 근원 소비자물가(CPI) 전월비 | 전월비가 0.30% 이상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28%에서 39%로 오르고 골디락스는 31%에서 21%로 내린다 — 이번 판단의 결정적 기준 |
| 8월 13일 (목) | 7월 생산자물가(PPI) | 상류 단계 확인. 생산 초입의 중간재 수요가 전년비 11.0% 이상을 유지하면 1~3개월 뒤 소비자물가로 번지는 전이 효과가 켜진다 |
| 8월 26일 (수) | 7월 근원 PCE + 2분기 GDP 수정치 | 근원 PCE 전월비가 3개월 연율을 2.50% 이하로 낮추면 골디락스가 43%로 확인된다 |
| 9월 16일 (수) | FOMC + 점도표 | 근원 PCE 전년비 3.3%가 기준선 2.8%를 넘어서 있어, 점도표의 물가 전망이 상향될 위험이 있다 |
- 무엇을 보면 되나: S&P500이 거래 범위를 넓히며 759.46달러(선물 7,650) 위에서 마감하는지, 아니면 744.51달러(선물 7,501) 아래로 마감하는지. 앞이면 상승 경로가 열리고 골디락스 쪽에 무게가 실리며, 뒤면 눌린 변동성이 아래로 풀렸다는 확인이 됩니다. 지난 편의 하락 기준선(QQQ 100일선) 대신 이 두 레벨로 축을 옮긴 이유는, 오늘 반등으로 가격이 저항 구간 바로 아래까지 붙어 이 위아래 돌파가 다음 방향의 가장 빠른 신호가 됐기 때문입니다.
내 경우엔
먼저 지금이 어떤 자리인지 봅니다. 통합 분석이 여섯 관점을 종합해 본 시장 전반은 이렇습니다.
| 매크로 | 밸류에이션 | 수급 | 차트 | 심리 | 이벤트 | 종합 |
|---|---|---|---|---|---|---|
| △ | ✗ | △ | ✗ | △ | △ | 부분 정합 — 아직 흔한 자리 아님 |
읽는 법: ○는 방향이 맞아떨어지는 축, △는 애매한 축, ✗는 반대로 가는 축입니다. 여섯 칸 중 ○가 서넛은 돼야 흔한 자리라고 보는데, 오늘은 넓게 반등했는데도 ○가 하나도 없습니다. 밸류에이션은 완충이 얇아 반대(✗)고, 차트는 눌린 변동성의 해소가 아래로 기울어 반대(✗)이며, 나머지는 다 애매(△)합니다. 상위 두 시나리오(골디락스와 스태그플레이션)가 팽팽한 교착이라 리포트도 승자를 고르지 못하고, 신규 방향성 베팅은 사실상 하지 않은 채 하락 보험과 커브 회전만 들고 있는 배경입니다. 그나마 가장 깔끔하다고 본 정합은 헤지 성격의 자리이지 신규 매수 자리가 아닙니다.
보유 성격에 따라 이 국면을 보는 법이 다릅니다.
- 미국 ETF를 자동적립하는 분: 자동적립은 그대로 리듬을 지키는 자리입니다. 오늘은 지난 편과 달리 새 장이 반등으로 열렸지만,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비싼 구간(선행 P/E 19.6배)인 데다 시장이 9월 인상 확률을 63.2%로 반영하는 국면이라, 목돈을 새로 넣을지는 8월 12일 물가 지표를 확인하고 판단해도 늦지 않은 자리로 봅니다.
- 단기·레버리지 매매를 하는 분: 지수는 넓게 반등했지만 딜러 포지션이 가격 움직임을 키우는 쪽으로 열흘 중 아흐레를 쏠려 있고, 공포지수는 15.86으로 낮습니다. 반등을 추격하기보다 ‘무엇을 보면 되나’로 짚은 759.46달러 위 종가(범위 확대 동반)인지부터 확인하고 움직이는 게 신중합니다.
- 국내 주식만 들고 있는 분: 원/달러가 1,429원대로 세 이동평균을 모두 밑돌고 있습니다(RSI 29.19, 52주 달러 고점 대비 원화 8.65% 절상). 오늘 달라진 건, 미국 자산이 넓게 반등하면서 위험선호가 잠깐 강해졌다는 점입니다 — 미국 장기 금리와 원화가 같이 튀는지가 코스피 방향의 앞선 신호입니다.
- 물가 헤지를 고민하는 분: 금은 4,053달러에서 1.53% 올랐습니다. 다만 실질 장기 금리가 부담스러운 자리라 추세는 아직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방향보다 레벨을 보는 자산이라, 리플레이션이 진짜 인플레이션으로 확인되는 신호(5년 기대인플레이션 2.23%가 2.55% 위로)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용어
- 기간 프리미엄: 만기가 긴 국채를 오래 들고 있는 대가로 투자자가 추가로 요구하는 보상입니다. 재정적자·국채 발행 부담이 커지면 함께 올라갑니다.
- 할인율: 미래에 받을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기준 금리입니다. 이 값이 내리면 주식·금·구리처럼 성격이 다른 자산도 한꺼번에 값이 오를 수 있습니다.
- 변동성 압축(스퀴즈): 통계적 가격 밴드가 변동성 밴드 안쪽으로 좁아진 상태로, 팽팽하게 눌린 스프링처럼 언젠가 한 방향으로 크게 풀리는 자리를 뜻합니다.
- 딜러 감마: 옵션 딜러(마켓메이커)의 포지션 성격입니다. 마이너스면 딜러가 하락을 완화하는 대신 오히려 증폭시키는 쪽으로 대응합니다.
-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 주식의 기대수익이 안전한 국채 금리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완충폭입니다. 좁을수록 금리 상승에 취약합니다.
- 근원 PCE: 연준이 물가 목표(2%)를 판단할 때 실제로 보는 지표로, 변동이 큰 에너지·식품을 뺀 개인소비지출 물가입니다.
- 골디락스 / 스태그플레이션 / 리플레이션: 골디락스는 성장은 이어지되 물가가 식는 연착륙, 스태그플레이션은 성장은 식는데 물가는 뜨거운 국면, 리플레이션은 물가가 다시 붙는 국면을 뜻합니다.
- CBOE Skew: 폭락에 대비한 외가격 풋옵션이 콜옵션보다 얼마나 비싼지를 재는 지표로, 높을수록 하락 보험에 웃돈이 붙어 있다는 뜻입니다.
- ISM 제조업 지수: 공급관리자협회가 제조업 구매담당자를 조사해 만드는 경기 지표로, 50 위면 확장, 아래면 위축을 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