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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왜 가장 먼저 빠졌나 — 금리가 정한 순환매의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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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7월 31일 장 마감 기준) 지수만 보면 시장은 꽤 조용했어요. 다우와 S&P 500 선물이 나란히 올랐고(S&P 0.41%), 나스닥 100도 플러스였죠.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하루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반도체만 따로 무너졌습니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SOXX)는 장중 고가에서 저가까지 5.2%를 반전했고, 종가는 52주 고점보다 23% 낮은 자리였어요. 지수는 멀쩡한데 한 섹터만 이렇게 빠질 때, 저는 “무엇이 먼저 팔렸나”를 순서대로 놓고 봅니다. 그 순서에 이번 조정의 성격이 다 들어 있거든요.

사실 지수가 조용했다는 것도 절반은 착시예요. 가장 큰 종목이 아니라 평균적인 종목의 움직임을 재는 동일가중 기준으로 보면, 11개 섹터 중 6개가 마이너스였습니다. 중소형주를 담은 러셀 2000 선물은 하루 만에 대형주 지수인 다우를 1.15%포인트나 밑돌았고요. 대형주 몇 개가 지수를 떠받치는 사이, 속에서는 순환매가 이미 꽤 거칠게 돌고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서 섹터를 상대강도지수(RSI)로 줄 세워 봅니다. RSI는 최근 상승·하락의 힘을 0에서 100 사이로 재는 지표인데, 50 위면 강세, 아래면 약세로 읽어요. 에너지와 금융이 사다리 위쪽(RSI 60 언저리)에 있고, 반도체와 혁신기업이 맨 아래(각각 43, 38)에 섭니다. 나머지 섹터의 위치는 아래 그림에 있어요. 이 순서가 우연이 아니에요. 정확히 “지금 당장 돈을 버는 회사”에서 “먼 미래에 돈을 벌 회사” 순서입니다.

섹터별 상대강도지수(RSI) — 8월 1일 기준

핵심은 금리예요. 같은 날 3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28%까지 올랐습니다(8월 1일 기준). 장기 금리가 오르면, 이익이 먼 미래에 몰려 있는 회사일수록 그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더 크게 깎여요. 이걸 듀레이션이 길다고 표현하는데, 채권만이 아니라 주식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반도체와 혁신기업이 사다리 맨 아래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성장 기대가 클수록, 금리가 오를 때 먼저 맞습니다.

여기서 잠깐 — 이번 주 반도체 약세는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외신 보도를 보면 반도체 지수가 이번 주 지난해 4월 관세 충격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고, 표면적인 방아쇠로는 인공지능(AI) 설비투자가 정말 그만큼의 수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의구심이 꼽혔습니다. 하지만 그 의구심이 하필 지금, 하필 이 순서로 터진 배경에는 장기 금리라는 구조적 축이 깔려 있다고 저는 봐요.

그럼 약세장의 시작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반대편 증거가 꽤 단단하거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9.53%, 엔비디아는 4.34%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고, S&P 500의 주당순이익 전망치는 한 달 사이 3.2% 상향됐습니다. 신용 시장도 조용해요. 가장 큰 종목들의 이익 엔진은 멀쩡한데 주가만 순서대로 식고 있다는 건, 약세장이라기보다 상승 추세 중간의 순환과 소화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해외 애널리스트들도 이번 국면을 “미드사이클 리셋”, 그러니까 상승 사이클 중간의 재정비로 부르고 있어요.

그래서 무엇을 보면 될까요. 저는 개별 종목의 반등 여부보다 장기 금리 한 줄을 봅니다. 30년물이 계속 위로 밀리면 사다리 아래쪽의 압박은 이어지고, 반대로 장기 금리가 되돌려지면 가장 먼저 맞았던 자리가 가장 먼저 숨을 돌릴 자리가 되니까요. 순환매의 방향은 종목 뉴스가 아니라 금리 곡선이 먼저 알려줍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판단이고, 각자의 투자 상황과 감내 수준은 다르다는 점은 꼭 덧붙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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